※ 일하다가 틈틈히 짬내서 쓰는 썰과 글의 사이입니다 ㅠㅠ!!!
[서곡 01]
'치트.네의 생각데로 운영되었다간 모든 사용자들이 애정을 잊게되고 추억도 없이 모든 게임에 시들해져 버릴거다.'
'그렇습니까~?전 진정한 혁신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묵묵하게 앞만보고 가면서 말하던 존재가 멈추어 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내가 '
[삐리리리-삐리리리리]
잠깐 잠이 든 사이에 미치도록 꼴보기 싫으면서도 보고있으면 당장 품안에 안고싶은 존재가 나타났었다.
흐릿하게 열린 눈사이로 천장이 보인다.그리고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저절로 미간이 좁혀졌다.
- ...네-
- 팀장님.자료실에서 박스가 도착했는데 지금 올려보내드릴까요?
- 아~네네~
[띡]
4년을 함께 했고 2년을 연인으로 있었다.
그녀를 가졌다는 성취감은 점점 시간이 갈수록 환멸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던게 언제부터 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는 것처럼, 자신의 내면 깊은곳에서 그녀와 자신을 두고 끝없이 벌어지는 이상과 현실의 충돌에 진절머리가 날때 쯤이었던거 같다.
이렇게 저렇게 말한다 해도 그녀는 단번에 일축시켜 정리해버릴 것이다.
'네가 배신했었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아. 치트. '
그것도 맞는말이다. 난 그녀보다 나의 지위와 나의 현실이 더 중요했다.
그녀의 전속조수로 있어서는 나아갈수가 없다는 괴리감.거기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
분노라...그래 여기서 환멸감이 시작된것이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방아쇠를 당긴건 그녀였다.
언제였지. 모두 퇴근하고 일이 남아 현장곳곳을 확인하는 그녀를 따라다니다가 어두컴컴한 휴게실에서 했었던게 기억이 난다.
똑부러지게 있다가도 갑자기 들이대면 당황해하면서도 엉거주춤 안아주는 그녀는 항상 신선했다.
'대리님 ~ 왜 약을 챙겨 드십니까~? '
반 벗겨진 상의를 입고있던 패치가 휙 돌아본다.
푸른눈매가 순간의 부끄러움을 숨기려는듯 오히려 성을 내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자네에게 아무리 말해줘도 피임을 안해주니 그렇지!!'
'음...피임을 왜합니까~? 그냥 저랑 애낳고 삽시다~! 사실 과거에 다른 여자들이랑 사귀었을땐 잘 했슴다? 왜냐면 성가셔서요~ 그런데 대리님에겐 그러기가 싫슴다. 뭐 어때요? '
비워져버린 피임약을 휴지통에 던져버리며 약간은 가벼우면서도 사실 속 뜻은 진심이었던 말을 뱉고 패치를 쳐다봤다.
어두운 장소. 복도의 몇개만 켜진 불빛에 비쳐지는 그녀의 표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내가 여자가 되지 않고서는 이해할수가 없겠지.
불안감.그리고 자신의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한 감정은 점점 커지고...그러나 놓을수 없는 것.자신의 지위.그리고....
정말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두 눈동자와 입.눈썹. 모든것이 그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끙! 하고 쳐다보던 눈이 어느새 힘을 잃어 가라앉아 바닥을 보고 있는 그녀는 참으로 답답해 보였다.
갈등하고있었다. 무엇을?
그녀가 좌천되고 1년이 지났다. 이제는 사용자들이 잘 찾지도 않는 고전부서라니~~가여워라.
도트로 변해 터벅터벅 걸어가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데 술집에서 파워 깽판을 쳤다는 걸 소문으로 들었을때 역시 쉽게 기 죽을 인물이 아니라는게 몰려오자 성가심과 분노. 호기심이 미친듯이 몰아쳤다.
내가 팀장이 되었다는걸 그녀의 귀에 안들어갔을 리가 없다.
게다가 요즘 보이는 행동과 찍혀버린 자료에선 그녀가 자신을 둘러 엎을려는 낌새가 보이기 시작했다.
비공인카메라로 찍힌 그녀의 표정은 항상 똑같은 무표정이었지만 어딘가 변해있었다.
푸른 두 눈은 더 깊어지고 담담해져있으며 알게모르게 상대방에게 더 유들해져 있는 그녀를 보고 치트는 알게모르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이 뭘하고 있든지 항상 화만 나는데, 왜 자꾸 보게 되는걸까. 참 이상함다.그쵸?'
외부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치트는 순간 밖을보고 눈이 가늘어졌다.
도트모양의 두건을 쓴 남자가 무언가를 들고 빠르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 퍼블리 셔?
- ???
한쪽에서 들리는 부드럽지만 날이선 목소리. 멈추어 서 자신을 부른소리에 응답하듯 돌아본다.
약간은 어리버리해보이지만 똘망똘망하게 생겼다.
- 절 부르셨나요?어...처음보는 분인데.
- 큭.
비릿하게 웃은 치트는 담배를 꺼버렸다.
- 당신은 절 몰라도 전 좀 알죠~ 패치대리를 아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조수아닙니까?
- ... ...
퍼블리는 앞에서 삐딱하게 서서 팔짱끼고 자기를 내려보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입은 미소짓고 있지만 눈은 절대 아니었다.
자신을 훑어보고 두눈을 응시하며 말하는데, 뚫릴거 같은 느낌이다. 호의를 가장한 적의.퍼블리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뭐야 이사람...무슨 기분나쁜일이라도 있었나. 패치대리님의 동료 분이었나본데...'
초록눈을 데굴거리며 보자 완장이 보인다.
'헛?팀장이잖아.;;'
- 아..네 안녕하세요. 저기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급하게 부서로 가봐야 해서.
- 네네~ 패치대리가 뭘 시켰나보죠? 그 사람 심부름 정말 많이 시키지 않습니까~?
- 하하~ 그래도 곁에서 바로바로 배워서 너무 좋아요! 수호대에서 유명하신 분인데 저희 부서에 와주니 영광인걸요!
- ...흠
치트는 패치에 대해 이야기하자 얼굴이 활짝펴진 퍼블리의 미소를 보고 미간이 모아진다.
'정말 못봐주겠구만.'
빛.
빛이 난다. 치트는 순간 퍼블리의 에게서 그것을 읽었다. 도트로 찍힌 허접한 모습인데 자기보다 빛이 난다.
패치가 무엇을 시켰을까. 자신의 성심성의 껏 파놓은 함정과 모략에 죽을똥 살똥 뛰어다니는게 참으로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치트에게 있어서 불만이었던 것 중 하나는 잘못된 사안등을 그저 용서로 넘어가는 얼레설레한면이 었는데, 내 앞에 방해되는건 확실하게 처리해야 속이 후련한 치트 입장에선 패치의 완강한 겉 뒤에 숨겨져있는 연약한 면이 굉장히 거슬렸었다.
현장에 나와 직원들이 움직이는걸 감독하고 있는 와중에 머릿속은 다른 생각만이 빙빙돈다.
치트는 가만히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 저한테도 그랬다간 정말 큰일 나실텐데 말임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이 터지는데 상상이상의 사건들만이 터진다. 이건 정말 누가 악의적으로 버그와 바이러스를 푸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당황보다는 척척 대안을 내고 속행으로 준비하는 패치대리을 보고, 어딘가 점점 더 어두워진 표정과 꾹 다문 모습에 존경과 동시에 걱정이 서려지는 퍼블리였다.
2주전 자신의 예전 부서 건물의 배치도를 한장만 복사해서 가져와달라고 하던 대리였다. 정보 검색 용 컴퓨터 접속 방법과 복사를 쉽게 할수있는 복사기등 여러가지를 알려준 패치덕에 퍼블리는 쉽게 구할수 있었는데, 패치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열정으로 활활 타고 있었던지라 왜 패치대리가 직접 가지 못하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게 끝나고 나면 패치는 조용히 부서의 허름한 회의실에서 밤새도록 뭔가를 고민하고 짜고 있었다.
- 저 대리님! 차 한잔 드세요.
- 아...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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